소통의 부재로 인한 어르신들의 고통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고령화 속도가 진행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응은 여전히 미흡한 편이다. 우리의 노인복지 수준은 사람들의 통상적인 생각보다 훨씬 낮은 편인데, 이는 객관적 지표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글로벌 에이지와치 지수 2013(Global AgeWatch Index 2013)’의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의 노인복지는 세계 91개 국가 중에서 67위로 낙제수준이었다.
어르신들은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약자로, 여전히 ‘돌봄의 대상’으로 남아 있다. 무엇보다 어르신들은 “무기력하기 때문에 쉽게 우울증에 걸리고, 경제력 등의 이유로 자살률도 매우 높다. 또한 현재 어르신들이 겪고 있는 다양한 고통은 다른 계층에 비해 더욱 심각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소통의 문제가 어르신들이 자살을 생각하는 주요한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서울노인복지센터 부설 서울시어르신상담센터는 그간의 상담사업을 통해, 어르신들이 갖고 있는 문제 중 많은 부분이 의사소통과 관계되어 있고, 이것이 가족 및 지역사회에서의 대인관계에서 많은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음을 실제로 확인할 수 있었다. 상담센터에서는 이에 대한 개입의 일환으로, 2012년부터 해마다 의사소통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해 오고 있다.

사회복지 실천과 인문학의 접목

서울시어르신상담센터에서는 소통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사회복지실천의 인문학적 접근을 통한 프로그램의 재구성이 필요함을 절감하였다. 사회복지는 한 사회 안에 사는 모든 사회성원들이 일생 동안 행복하고 안정된 바람직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인간의 사회적 노력이라 말할 수 있다. 한편 인문학은 인간과 세계에 대한 반성적, 비판적 성찰을 통해, 우리 삶의 의미와 가치를 탐구하는 정신활동의 총체라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인문학과 사회복지는 개인의 자아실현과 공동체의 행복을 통해 바람직한 사회상을 그려 보려는 공통의 목표를 지향하고 있는 영역이고, 이것은 두 영역이 상호보완적이면서도, 상호지원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사회복지와 인문학의 접합을 구상할 수 있다. 사회복지, 특히 사회복지실천이란 결국 인간에 대한 서비스의 총체이고, 이런 점에서 인간과 세계에 대한 다양한 인문학적 성찰을 기반으로 할 때, 우리의 실천 프로그램은 더욱 풍부해질 수 있다. 또한 이 책의 주제인 의사소통 역시 마찬가지이다.
소통이란 곧 관계맺음을 의미하는 것이고, 이는 동시에 타자의 존재를 전제하는 것이다. 따라서 여기에는 타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 함께 지켜야 할 윤리와 실천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런 점에서 소통은 단지 의사소통의 기술만이 아니라, 인문학적-윤리적 문제이기도 하다.

의사소통 집단상담 ‘행복시소’

이상과 같은 문제의식에 기반하여, 이 책은 서울시어르신상담센터에서 지난 2013년에 진행되어 좋은 평가를 받았던, 의사소통 집단상담 ‘행복시소’(행복하고 시원한 소통) 프로그램을 재구조화하였다. 이 책은 의사소통 프로그램을 인문학적 방식으로 접근하여 재구성하고자 하였는데, 그 이유는 이러한 시도가 향후 노인복지 프로그램을 더욱 풍성하게 하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먼저 2장에서는 이 책의 핵심적 주제와 관련된 인문학적 이론을 간략하게 살펴보고 있다. 의사소통, 집단상담, 인문학에 관련한 다양한 이론들은 이 책의 논의를 이해하는 기반이 될 것이다.
3장에서는 2013년에 시행한 의사소통 집단상담 ‘행복시소’에 대한 개요와 함께 집단을 구성한 문제의식을 설명하였다. 또한 의사소통 프로그램을 어떤 방식으로 재구성하였는지를 밝혔다.
4장은 이 책의 본문에 해당되는 부분으로, 총 8회에 걸친 ‘행복시소’의 회기별 진행 내용을 서술하였다. 각 회기에 대한 인문학적 해석과 함께 진행자의 발언, 어르신들의 스토리텔링 등을 있는 그대로 기술하여 사회복지 실천가들이 향후 집단상담의 매뉴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5장은 이 책의 결론 부분으로,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 및 향후방향에 대한 제안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서, 미흡하지만, 노인복지 프로그램에 대한 우리의 문제의식을 확인할 수 있다.